저도 산부인과 전문의이긴 하지만, 산부인과 진료는 항상 불편하고 뭔가 창피한 느낌이 듭니다. 그러다보니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들이 말하길, 많이들 제일 가기 싫은 곳을 꼽자면 "산부인과"와 "치과" 이 두 곳을 꼽더군요.
하지만 인류의 반이 여성이고, 우리가 두려워하는 여러 여성질환을 미리 예방하고 초기에 진단하기 위해서는 산부인과에 방문하셔야 합니다. 그렇다면 처음 산부인과에 방문할 때는 어떤 진찰을 받는지 알려드릴게요.
이 포스팅을 적기로 한 이유는 환자분들에게 내진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려도 창피함과 불편함 때문에 우선 거부하시는 분들이 있으시거든요. 산부인과까지 힘들게 갔는데, 정확한 진찰과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어떻겠어요? 꼭 필요한 진찰에 대해서는 미리 알고 가면 거부감이 덜 할 수 있고, 마음의 준비를 미리 할 수 있으니 좀 덜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자, 이제 산부인과 첫 방문하여 진행되는 진찰을 알려드릴게요.
1. 복부 진찰 (abdominal examination)
좀 의외셨나요? 산부인과면 바지랑 속옷 벗고 누워야 하는데 왜 복부? 그러나 산부인과 자체는 자궁과 그 부속기인 난소, 난관, 질과 관련된 모든 것을 봅니다. 그리고 질 빼고는 모든 장기가 모두 골반과 배에 위치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복부 진찰은 필수 입니다.
우선 환자는 최대한 편안한 자세로 눕고 복부 근육에 힘을 주지 않으셔야 해요. 즉, 긴장을 최대한 풀어주시는 것이 좋아요. 이 때 의사들이 보는 것들은 복부 종물, 장기 비대 및 간 비대 여부, 장음의 양상, 수술자국을 통하여 골반 안의 유착 여부를 추측 등을 확인합니다.
질경을 사용하는 이유는 확실하게 시야 및 처치 구역을 확보하기 위함입니다.
2. 골반 진찰 (pelvic examination)
이제 우리가 가장 불편해하고 피하고 싶어하는 골반 진찰입니다. 보통은 소변을 보고 오시라고 미리 말씀드리는 곳이 많을 거에요. 하지만 반드시 방광이 비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요, 간혹 방광이 차 있는 경우가 더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건 나중에 따로 말씀드릴게요.
우선 진찰대에 앉아서 눕게 되고 다리를 벌려서 외음부를 노출하는 '골반내진자세 (쇄석위, lithotomy position)'을 합니다. 이 때 골반내진대의 자세가 약간은 머리가 들려있어서 좀더 편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되어 있을 거에요.
아래에서 진찰을 시작하기 위해 복부 쪽에 가림막을 설치하게 되는데, 이건 진찰 기구나 처치를 보고 환자가 너무 겁을 먹을 수 있어서 가림막을 치게 되요. 필수적으로 필요한 질경이나 그 외 시술기구를 보면 괜히 더 불안하고 겁나실 수 있거든요.
그 때 의사는 외음부부터 시작하여 질경(speculum)을 이용하여 질과 그 내부, 자궁경부를 관찰합니다. 반드시 의사는 장갑을 착용하게 되어 있고요. 반드시 의사와 환자 1:1이 아닌, 간호사나 다른 의료인을 대동하여 단둘이 있는 상황을 피하게 돼요. 그렇지 않은 의사라면 환자 입장에서 불편함을 말씀드리는 것이 좋습니다.
외음부, 질, 자궁경부의 종물이나 병변, 분비물의 색, 냄새, 투명도 등을 평가하고 상황에 맞는 필요한 처치를 하게 되는 거지요. 저는 그 과정이 불편하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진행을 합니다. 질경을 계속 끼고 있는 것 자체도, 아니, 다리를 벌리고 있는 자세 자체가 너무 불편하잖아요. 그 시간을 최소화하는 거죠. 대부분의 다른 산부인과 전문의들도 마찬가지일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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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저와 함께 산부인과 진찰 중 아주 기본적인 것을 알아보았어요. 저게 끝이냐? 아니죠~~~ 그 다음 처치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다음에 알아보도록 하죠. :)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